건축구조를 좋아하던 그가, 정형외과에 간 사연 09 조의환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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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생각하지도 못했던 진로를 떠올릴 계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계기로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된다. 지금껏 살아온 것과 전혀 다른 진로 말이다. 의대에 진학한 이후 건축과의 공통점도 알게되고, 본인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쁜 20대를 보내고 한템포 쉬어가는 09학번 조의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09학번으로 입학하여 2013년도 02월에 졸업한 조의환입니다.
그 이후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 후 인턴 및 정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정형외과 대위 군위관으로 군 복무 중에 있습니다.


입학 후 일찌감치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신 거 같은데, 의대에 대한 목표가 있으셨던 걸까요?

건축공학과 학부 시절에는 의대나 다른 진로에 대한 생각이 크게 있지는 않았습니다.

3학년 때부터는 학부 연구생을 하는 동기들과 석사 중인 선배님들의 연구실들을 기웃거리며 많이 찾아보고 알아보고 다녔죠. 그 당시만 해도 건축 구조 쪽으로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건축학도 출신입니다.


의대로 진로를 변경하신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셨나요?

3학년 겨울학기 끝나고 겨울방학에 연세대학교에서 약 1달간 소록도 봉사캠프를 모집한다는 플랜카드를 보고 지원하였었는데, 그 캠프를 다녀온 이후 진로를 의대로 변경하게 됐어요. 그래서 4학년 때 조금 늦게 준비를 시작했었습니다.

그의 진로를 바꾼 결정적 계기

음. 어떠한 큰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소록도 봉사활동에 참여하였던 사람들이 생화학과, 생명공학과, 법학과, 신학과, 경영학과 등등으로 매우 다양하였었습니다. 당시 생화학과와 생명공학과 친구들이 가장 많았었고요.

그중에서 몇몇은 의전원으로 진로를 갖고 준비 중인 친구들도 몇 명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그들의 영향이 있었던 거군요

맞아요. 그러면서 그들을 통해 의전원이라는 진로에 대해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건축공학과에서는 의전원에 입학한 선배나 준비 중인 동기들이 거의 없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분들과 그 의료진들을 도와 봉사하면서 간접적으로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어요. 결국 늦게나마 의전원이라는 진로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본과 1학년, 또 한 번의 대학생활


아무래도 정보 같은 것들이 부족했을 수 있을 텐데 ,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준비 과정과 정보는 감사하게도 좋은 스터디 원들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준비과정과 정보보다는 "건축공학과에서 갑자기 이 의학의 길로 변경하는 게 맞을까? 공부가 맞을까? "라는 불안감이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준비하는 저 스스로도 고민을 하다 보니, 뽑아주는 심사 교수님들 조차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며 불안해했던 것 같습니다.

『건축공학과에서 갑자기 이 의학의 길로 변경하는 게 맞을까? 공부가 맞을까?』
지금은 이 대답을 어느 정도 얻으셨을 것 같은데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의전원은 의대의 예과 2년 과정을 학부 4년으로 대체하고, 바로 본과 4년 과정이 시작됩니다. 솔직히 본과 4년 동안은 치러야 할 시험들이 너무 많아 그랬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이 길이 맞나? 아닌가?”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인턴(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정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 정형외과 공부와 수련을 받으며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형외과는 매우 건축공학과 유사하고 결이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있던 확신도 사라지게 할 공부량.


어떤 부분에서 결이 비슷하다고 느끼고 계세요?

정형외과는 주로, 관절 등을 다루는 의학분야인데, 이 관절(joint)을 공부하다 보면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개념들이 중복됩니다.

예를 들어, 인체 관절 중에는 hinge , pivot joint 등이 있는데, 이 역시 2학년 건축시공 시간에 배웠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형외과는 의사 사이에서는 목수, 카펜터라고 불립니다. 그 이유는 수술 도구가 망치, 금속판, 나사, 못 등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할까요?


음. 아뇨 계속 듣겠습니다.

뼈가 골절되면, 금속판과 나사, 못을 이용하여 부러진 나무를 고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고정합니다. 그래서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뼈와 금속판 사이 혹은 뼈와 나사못 사이에 발생하는 응력, 변형율 등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배웁니다. 이 역시 건축공학과 1학년 때 건축 재료 시간에 콘크리트로 실험하였던 개념과 똑같습니다.

또한 속이 빈 원기둥 모양 또는 속이 꽉 찬 원기둥 모양으로 쓸지, 인체 시멘트도 같이 쓸지 등등 이 역시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 중에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을수록, 여전히 건축에 대한 관심이 남아 있다고 느껴지는데, 여전히 건축에 애착이 남아 있나요?

지금은 실생활에서 건축물 보는 거에 대해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 중에 연세대학교 건축공학 동문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같은 주제로 대화하고 듣다 보니 관심이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연락을 주고받을 때 이제 바쁜 시기가 지나고 여유가 생기셨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밀린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정답일 거 같습니다.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는 개인적인 일과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지 않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하며 잠시 쉬어 가는 휴식기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면 전역 후 계획 같은 것도 있을까요?

전역 후에는 펠로우 과정을 1년 혹은 2년 해야 하는데, 그때 세부 분야로는 견주관절(어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논문을 쓰고 연구하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 느끼기에 펠로우 이후에는 아마 1차 혹은 2차 병원으로 가서 환자와 가깝게 진료하고 수술하는 의사가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해주고 싶던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학부 시절에는 진로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보는 것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거친 뒤 본인이 정한 진로 혹은 원하는 목표가 건축과는 당장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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