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yonsei.ac.kr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5년제 프로그램의 첫 학번. 그리고 처음 학생회를 만든 부회장이자, 이듬해 회장을 지낸 사람. 유학과 해외생활을 거쳐 지금은 본인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동시에 세종대학교에서 스튜디오 강의를 나가고 있다. 한 사람이 건축설계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들어보자.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03학번 정구헌입니다. 현재 튠 아키텍츠(Tune Architects)라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 세종대학교에서 설계스튜디오 강의도 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월리를 찾아라 급으로 위화감 없는 모습.
5년제 첫 학번이셨던 거죠. 건축과는 학생 시절부터 관심 있으셨던 거예요?
5년제 처음이었어요. 어렸을 때 잠깐 건축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사실 다른 전공을 가고 싶었던 꿈이 컸던 것 같아요. 의대나 경영, 법학도 관심이 있었는데 성적에 맞게 꿈이 수정된 케이스인 거 같아요.
막상 들어와 보니 어떠셨어요?
막상 들어와서 보니 재미있었어요. 설계가 뭔 지도 모르고 1학년 때에는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게 재미있었어요. 축제에 연고전까지 정말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갔던 거 같아요.
학교 생활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네요
네 맞아요. 그리고 건축과에 남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 1학년 때 들었던 이상호 교수님의 주니어 세미나 수업이었는데, 건축가는 스케일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에 감화되어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2학년 스튜디오.
교수님이 해 주셨던 '스케일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 당시에 어떻게 느끼셨는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도시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면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건축을 통해 사회의 이런저런 것들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나 봐요. 건축이 지닌 힘을 살짝은 느꼈을지도 모르고요
건축공학과 학생회도 만드셨고 학생회장도 맡으셨었죠?
학생회는 동문 선배님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마련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학교에서 강의하시던 신춘규 교수님과 이필훈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학생회 조직이 있으면 동문선배와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그렇게 친구들 후배들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건축공학과로 되어있긴 했지만, 건축학/건축공학으로 학생들이 나뉘어 있는 게 너무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다 같이 단합해보고자 학생회를 만들었고, 저는 처음에 부회장을 하고 그다음에 회장을 했어요
학과에 엄청 애정이 많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당시에 대부분 교수님이 도움을 주시고 많은 격려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선배, 후배, 동기들이 정말 많이 관심을 갖고 학과 행사나 모임에 참여해줬어요. 결국 그 덕분에 보람된 경험이었던 거 같네요.
그렇게 설계라는 것이 재밌었으니 지금 사무소를 운영하게 되신 거겠죠?
네 건축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거 같아요. 건축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공간-사회 이런 것들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에 미국에서 돌아와서 지금 운영하는 사무소를 용기 있게 시작했어요. 결국 계속 재미있어서 하는 거 같긴 하네요.
아 졸업 후 유학을 가셨었군요?
네 학부 마치고 최문규 교수님 밑에서 석사를 했어요.
최문규 교수님은 제가 건축설계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던 2005년 2학기에 학교에 부임하셨는데, 첫 스튜디오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2학년과 3학년 1학기까지 건축설계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셨어요. 논리적으로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설득하는 힘을 지닌 건축설계 방식을 배우면서 건축설계가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석사과정도 그래서 교수님 밑에서 하고자 했던 것도 있었어요. 석사과정 이후에 병특으로 삼우에 다니다가 미국 콜럼비아로 유학 다녀왔어요. 유학부터 미국에서는 8년간 줄곧 있다가 작년에 들어왔고요.
석사 시절의 모든 것
보통 한 학년에 설계 석사를 하는 분들은 1-2명 남짓인 거 같은데, 혹시 석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저는 건축이론에도 관심이 많았어서 건축설계와 역사, 이론 이런 것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물론 공부를 계속 더 하고 싶다는 표면적이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에 전문 연구요원을 지원하려면 석사학위가 필요했어요~ 저희 학번은 그래서 석사과정에 꽤 많이 지원했었습니다. 6명+a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아. 당시엔 전문 연구요원이 있었군요. 그렇게 삼우에 가게 되신 거고요. 초년생 시절 일을 겪으며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네 석사학위를 마치고 삼우설계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3년짜리 병역의무라 길게 느껴졌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경력으로 모두 인정받아서 매우 좋은 기회였던 거 같아요.
실제 일을 접했을 때 삼우에서 전문 연구요원은 연구와 관련된 일을 했어요. 연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요. 그래서 크게 다르거나 어렵지 않게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또한 당시 삼우에는 연대 건축과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어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실제 일을 처음 접하셨을 때 학교를 다닐 때랑 무언가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실무와 학교 수업은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죠. 실무는 아무래도 시간에도 쫓기고 예산도 부족하고 하니까 마음껏 진행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일들도 디자인과 같이 진행되거나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학교 때 이야기로만 듣던 일들이 벌어졌던 거 같아요.
그러면 유학은 어떻게 결심하게 되셨던 거예요?!
유학은 학부 수업을 들으면서 막연히 가야 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결국 당대 유명했던 건축가들은 대부분 유학을 다녀오셔서 사무실 내셨거든요. 그래서 그냥 가야 하나 보다 싶긴 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유명한 사무실에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컸던 거 같아요.
유학을 가서 제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어떤 점이에요?
사실 유학을 가고 오히려 실망스러웠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국내에서 배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장점은 분명했던 거 같아요.결국 교육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것일까요
미국 뉴욕에서 지내다 보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생겼다는 점이고,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업과 강의 같은 것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그중 하나일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콜럼비아에서 도시설계 전공을 했는데 건축을 바라보는 좀 더 넓은 관점을 배우고 온 거 같아요. 다만, 전반적인 스튜디오의 프로세스는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게 아쉬웠죠.
그래도 얻은 것 가득한 뉴욕 생활
유학과, 일을 8년간 하면서 한국에 돌아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아니면 마음먹은 계기도 있으셨을까요?
저는 유학을 갔다가 3년 정도 일해보고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어요. 근데 어쩌다 보니 일 년, 일 년 늘어났어요. 그렇게 기간이 길어졌고, 마지막 비자가 끝날 때 맞춰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BIG 근무 시절, 해맑은 그
다시 한국에서 시작하는 게 막막하진 않으셨어요?
맞아요. 막막했어요. 거의 10년 만에 돌아와서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아는 것도 다 바뀌었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친했던 친구들, 선후배들과도 연락을 하지 못한 기간이 너무 오래되었더라고요. 이래저래 막막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유학을 가고, 그곳에 남거나 돌아오는 걸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 같고요. 막막함을 뚫어내려면 돌아와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1년을 보내셨어요?
네 가기는 쉬워도 오는 건 어렵다는 말이 있었던 거 같아요
막막함을 당장에 없앨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익숙해지면서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어요. 그래도 한국에 적응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언제 외국에 있었냐는 것처럼 적응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어요
저는 사무실 개소하고 운이 좋게 마스터플랜 의뢰가 들어와서 일들을 시작했어요. 그걸 시작으로 인테리어, 브랜딩 등의 일들도 했고, 현상설계 프로젝트를 하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 거 같아요.
앞서서 마스터플랜 인테리어, 브랜딩, 프로젝트를 하셨다고 했는데 주로 진행하시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음. 저희는 작은 사무실이다 보니 맡겨주시는 일은 최대한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건축 및 도시설계를 전공했고 BIM과 디지털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를 많이 했고, 같이 콜럼비아에서 건축설계과정을 전공한 파트너이자 와이프인 임지은 소장은 지어지는 프로젝트에 참여를 많이 해서 시공단계에서의 프로세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희 둘 다 한국에서 배웠던 실무 기초들과 미국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토대로 일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건축가가 하는 일이니까 좋은 공간에서 시작하면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믿어보며 일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한국에 돌아오셔서 학교에 가 본 적 있으셔요?
최근에 작업실 모임이 있어서 학교를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학교의 외형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그래도 학교는 늘 가면 마음이 좋아지는 거 같아요. 작년에 오자마자 외부 크리틱으로 불러 주셔서 다녀왔는데 후배들 작업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신기하긴 했어요
긴 시간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앞으로 계획 같은 것들이 있다면 말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
일단 저희 사무실을 열심히 운영해서 좋은 건축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예요.
튠이라는 이름은 조율하는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이름이거든요. 건축은 제한된 것들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건축가가 해내는 조율의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저런 조율을 하면서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다보면 좋은 도시와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5년제 프로그램의 첫 학번. 그리고 처음 학생회를 만든 부회장이자, 이듬해 회장을 지낸 사람. 유학과 해외생활을 거쳐 지금은 본인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동시에 세종대학교에서 스튜디오 강의를 나가고 있다. 한 사람이 건축설계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들어보자.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03학번 정구헌입니다. 현재 튠 아키텍츠(Tune Architects)라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 세종대학교에서 설계스튜디오 강의도 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월리를 찾아라 급으로 위화감 없는 모습.
5년제 첫 학번이셨던 거죠. 건축과는 학생 시절부터 관심 있으셨던 거예요?
5년제 처음이었어요. 어렸을 때 잠깐 건축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사실 다른 전공을 가고 싶었던 꿈이 컸던 것 같아요. 의대나 경영, 법학도 관심이 있었는데 성적에 맞게 꿈이 수정된 케이스인 거 같아요.
막상 들어와 보니 어떠셨어요?
막상 들어와서 보니 재미있었어요. 설계가 뭔 지도 모르고 1학년 때에는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게 재미있었어요. 축제에 연고전까지 정말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갔던 거 같아요.
학교 생활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네요
네 맞아요. 그리고 건축과에 남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 1학년 때 들었던 이상호 교수님의 주니어 세미나 수업이었는데, 건축가는 스케일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에 감화되어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2학년 스튜디오.
교수님이 해 주셨던 '스케일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 당시에 어떻게 느끼셨는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도시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면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건축을 통해 사회의 이런저런 것들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나 봐요. 건축이 지닌 힘을 살짝은 느꼈을지도 모르고요
건축공학과 학생회도 만드셨고 학생회장도 맡으셨었죠?
학생회는 동문 선배님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마련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학교에서 강의하시던 신춘규 교수님과 이필훈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학생회 조직이 있으면 동문선배와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그렇게 친구들 후배들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건축공학과로 되어있긴 했지만, 건축학/건축공학으로 학생들이 나뉘어 있는 게 너무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다 같이 단합해보고자 학생회를 만들었고, 저는 처음에 부회장을 하고 그다음에 회장을 했어요
학과에 엄청 애정이 많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당시에 대부분 교수님이 도움을 주시고 많은 격려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선배, 후배, 동기들이 정말 많이 관심을 갖고 학과 행사나 모임에 참여해줬어요. 결국 그 덕분에 보람된 경험이었던 거 같네요.
그렇게 설계라는 것이 재밌었으니 지금 사무소를 운영하게 되신 거겠죠?
네 건축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거 같아요. 건축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공간-사회 이런 것들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에 미국에서 돌아와서 지금 운영하는 사무소를 용기 있게 시작했어요. 결국 계속 재미있어서 하는 거 같긴 하네요.
아 졸업 후 유학을 가셨었군요?
네 학부 마치고 최문규 교수님 밑에서 석사를 했어요.
최문규 교수님은 제가 건축설계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던 2005년 2학기에 학교에 부임하셨는데, 첫 스튜디오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2학년과 3학년 1학기까지 건축설계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셨어요. 논리적으로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설득하는 힘을 지닌 건축설계 방식을 배우면서 건축설계가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석사과정도 그래서 교수님 밑에서 하고자 했던 것도 있었어요. 석사과정 이후에 병특으로 삼우에 다니다가 미국 콜럼비아로 유학 다녀왔어요. 유학부터 미국에서는 8년간 줄곧 있다가 작년에 들어왔고요.
석사 시절의 모든 것
보통 한 학년에 설계 석사를 하는 분들은 1-2명 남짓인 거 같은데, 혹시 석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저는 건축이론에도 관심이 많았어서 건축설계와 역사, 이론 이런 것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물론 공부를 계속 더 하고 싶다는 표면적이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에 전문 연구요원을 지원하려면 석사학위가 필요했어요~ 저희 학번은 그래서 석사과정에 꽤 많이 지원했었습니다. 6명+a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아. 당시엔 전문 연구요원이 있었군요. 그렇게 삼우에 가게 되신 거고요. 초년생 시절 일을 겪으며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네 석사학위를 마치고 삼우설계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3년짜리 병역의무라 길게 느껴졌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경력으로 모두 인정받아서 매우 좋은 기회였던 거 같아요.
실제 일을 접했을 때 삼우에서 전문 연구요원은 연구와 관련된 일을 했어요. 연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요. 그래서 크게 다르거나 어렵지 않게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또한 당시 삼우에는 연대 건축과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어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실제 일을 처음 접하셨을 때 학교를 다닐 때랑 무언가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실무와 학교 수업은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죠. 실무는 아무래도 시간에도 쫓기고 예산도 부족하고 하니까 마음껏 진행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일들도 디자인과 같이 진행되거나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학교 때 이야기로만 듣던 일들이 벌어졌던 거 같아요.
그러면 유학은 어떻게 결심하게 되셨던 거예요?!
유학은 학부 수업을 들으면서 막연히 가야 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결국 당대 유명했던 건축가들은 대부분 유학을 다녀오셔서 사무실 내셨거든요. 그래서 그냥 가야 하나 보다 싶긴 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유명한 사무실에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컸던 거 같아요.
유학을 가서 제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어떤 점이에요?
사실 유학을 가고 오히려 실망스러웠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국내에서 배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장점은 분명했던 거 같아요.결국 교육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것일까요
미국 뉴욕에서 지내다 보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생겼다는 점이고,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업과 강의 같은 것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그중 하나일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콜럼비아에서 도시설계 전공을 했는데 건축을 바라보는 좀 더 넓은 관점을 배우고 온 거 같아요. 다만, 전반적인 스튜디오의 프로세스는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게 아쉬웠죠.
그래도 얻은 것 가득한 뉴욕 생활
유학과, 일을 8년간 하면서 한국에 돌아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아니면 마음먹은 계기도 있으셨을까요?
저는 유학을 갔다가 3년 정도 일해보고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어요. 근데 어쩌다 보니 일 년, 일 년 늘어났어요. 그렇게 기간이 길어졌고, 마지막 비자가 끝날 때 맞춰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BIG 근무 시절, 해맑은 그
다시 한국에서 시작하는 게 막막하진 않으셨어요?
맞아요. 막막했어요. 거의 10년 만에 돌아와서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아는 것도 다 바뀌었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친했던 친구들, 선후배들과도 연락을 하지 못한 기간이 너무 오래되었더라고요. 이래저래 막막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유학을 가고, 그곳에 남거나 돌아오는 걸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 같고요. 막막함을 뚫어내려면 돌아와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1년을 보내셨어요?
네 가기는 쉬워도 오는 건 어렵다는 말이 있었던 거 같아요
막막함을 당장에 없앨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익숙해지면서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어요. 그래도 한국에 적응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언제 외국에 있었냐는 것처럼 적응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어요
저는 사무실 개소하고 운이 좋게 마스터플랜 의뢰가 들어와서 일들을 시작했어요. 그걸 시작으로 인테리어, 브랜딩 등의 일들도 했고, 현상설계 프로젝트를 하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 거 같아요.
앞서서 마스터플랜 인테리어, 브랜딩, 프로젝트를 하셨다고 했는데 주로 진행하시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음. 저희는 작은 사무실이다 보니 맡겨주시는 일은 최대한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건축 및 도시설계를 전공했고 BIM과 디지털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를 많이 했고, 같이 콜럼비아에서 건축설계과정을 전공한 파트너이자 와이프인 임지은 소장은 지어지는 프로젝트에 참여를 많이 해서 시공단계에서의 프로세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희 둘 다 한국에서 배웠던 실무 기초들과 미국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토대로 일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건축가가 하는 일이니까 좋은 공간에서 시작하면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믿어보며 일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한국에 돌아오셔서 학교에 가 본 적 있으셔요?
최근에 작업실 모임이 있어서 학교를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학교의 외형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그래도 학교는 늘 가면 마음이 좋아지는 거 같아요. 작년에 오자마자 외부 크리틱으로 불러 주셔서 다녀왔는데 후배들 작업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신기하긴 했어요
긴 시간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앞으로 계획 같은 것들이 있다면 말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
일단 저희 사무실을 열심히 운영해서 좋은 건축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예요.
튠이라는 이름은 조율하는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이름이거든요. 건축은 제한된 것들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건축가가 해내는 조율의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저런 조율을 하면서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다보면 좋은 도시와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