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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찾아 3만리. 미국으로 떠난 삼성물산 과장 08 장성욱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거나 오랜만에 소식을 묻고, 들어보고 싶은 동문들이 있다면 ysarch@yonsei.ac.kr 혹은 카카오채널 @연세건축총동문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들의 Vlog를 보고 싶다면? 여기ㄱㄱ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연세 건축 08학번, 장성욱입니다. 저는 삼성물산에 2014년에 입사해서 올해로 9년 차이고, 직급은 책임(과장)입니다 회사에서는 모듈러 사업을 하는 팀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음 지금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3주 차인데요, 곧 있으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입니다. 아내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진행 중이라, 함께 육아를 하기 위해 얼마 전 휴직을 결정하고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죠아.


과학고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건축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원하던 진로였나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당시 수학/과학에 완전히 뛰어난 친구들, 그러니까 생각하는 방식부터 다른 그들에게 상당히 질렸던 상황이었어요. ‘아 나는 안 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ㅋㅋ’ 진로를 고민하던 찰나에 공대에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건축과가 눈에 띄었고, 몇몇 건축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해서 지원했어요.

특히 당시 유행하던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에 칼라트라바의 '터닝 토르소'라는 건물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건물의 구조적 미와 그를 가능하게 한 디자인/엔지니어링에 막연히 동경을 품었던 것 같아요


학교 들어와서 실제 공부도 잘 맞았어요? 

일단 설계를 하고 싶어서 건축과에 왔었고, 실제로 설계수업은 엄청 재밌었거든요? 근데 이게 참 간사한 게, 설계를 좋아는 했지만 막 잘할 자신도 딱히 없었어요.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도 고려해서 2학년 때 전공을 공학으로 선택을 했어요.

그때 고민을 엄청 많이 했는데, 결국 공학 공부들도 재밌게 했던걸 보면 틀린 선택은 아닌 듯해요. 근데 일단 원체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어서 그냥 재미만 있었을 뿐이죠.


공부와 멀었던 본인의 대학생활을 요약해보자면 어떤 대학생활을 보냈나요.

놀고 마시고 하고 싶은 거 다했어요.

저학년 땐 아무것도 모르고 축구하고 밴드를 하고 놀고 술만 먹었죠. 그런데 가면 갈수록 더 잘 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도 늘어났어요. 유럽여행, 학부 연구생, 공모전, 학생회, 인턴, 정말 공부 빼고는 나름 이것저것 해본 거 같아요. 

돌이켜보면 일단 너무 놀아서 당시로 돌아가서 더 놀고 싶다는 미련도 안 남아요. 특히 군대를 가지 않아서 연속적으로 놀아서 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리고 21살부터 대학생활 내내 연애도 했고요.



21살 시절 연애 얘기를 하는 거보면...

네. 맞아요. 지금 미국에서 같이 지내는 그분이에요. 

LA 여행에서 찍은 결혼사진


그러면 그분도 지금 소개 부탁드립니다.

같은 과 한 학번 후배이자 누나인데, 그분이 입학한 이듬해(2010년)부터 사귀기 시작했어요.

12년을 사귀고 작년에 결혼했는데, 간단히 말해 이 사람 덕분에 제가 사람 됐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 있게 사는 법, 바르게 생각하는 법, 사랑하며 사는 법을 다 배웠어요. 뭐 같이 20대를 보낸 셈이니 저도 뭔가 영향을 줬겠지만, 저는 이 사람 만나기 전엔 진짜 개차반이었다 싶어요. 

글로벌 부부의 프로포즈 클래스


아내 자랑 말고 소개요.

09학번 김은아입니다. 아내는 건축학을 전공했고, 문화재 건축사무소를 1년 정도 다니고 벨기에 K.U.Leuven에서 석사를 했어요., 현재는 코넬 대학교에서 Urban Preservation을 박사과정으로 공부하고 있고요. 


본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고학번이 되어가며 이것저것 관심이 생긴 이유가 뭐예요?

나름대로 일단 4년을 연속으로 대학생활을 했는데, 사회에 나가려고 하니까 무서웠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고, 어른으로 살아갈 준비도 아직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상당히 큰 현타가 왔어요. 

분명히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뭐했지 그동안?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되지 못한 느낌이어서 그래서 좀 주도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졸업을 유예했어요.


인턴을 그때 한 거군요. 

2012년에 1년을 휴학을 했는데, 군대도 가지 않은 조졸이다 보니 2012년 2월에 22살에서 23살로 넘어갈 무렵 졸업을 하게 생긴 거예요. 23살 직장인은 개오바인 거 같았어요.

제가 뭘 안다고, 그리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그 나이에 직장을 가서 뭐하나 싶었어요. 근데 그렇다고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도피성으로 석사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당시에는 눈이 좁아서 아는 진로가 석사 vs 건설사 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1년 동안 휴학한 김에 둘 다 해보자고 생각했죠.


실제로 해보니 어땠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학부 연구생을 했는데, 학부 연구생 생활을 full time으로 아침 9시에서 밤 10시~12시까지 해봤어요. 그렇게 석사생들과 똑같이 생활해봤는데, 연구가 나랑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반면에 연말에 3개월 정도 대우건설에서 현장 인턴으로 일을 했을 땐 새벽 6시부터 밤까지 일했는데 재밌다고 느꼈어요. 

각반 착용상태 죠아~


그렇게 진로를 정하게 된 거네요. 그리곤 홀가분하게 사회로 나가게 된 건가요?

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딱히 대학생 신분으로 더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이제는 사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3개월 일했던 건설사 현장생활이 생각보다 재밌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건설사에 가도 괜찮다고 판단해서 취업준비를 했어요 

 

그렇게 들어간 삼성물산에선 어떻게 일을 했어요?

일단 만 8년 6개월 일했고 첫 4년은 충남 아산의 현장에서 근무했어요.

하이테크라고, 삼성전자 혹은 삼성 디스플레이 같은 삼성 관계사의 공장을 짓는 현장이었죠. 사실 저는 초고층빌딩, 해외 프로젝트 이런 굵직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건축적 의의(?)가 있어 보이는 화려한 현장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비교적 단순한, 하이테크에 가게 된 게 매우 실망스러웠죠.

그래도 나름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 가서 생활을 잘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론 계속해서 건축사업부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회사에서 사업부 전배는 녹록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4년 후에 다른 곳으로 전배가 된 거네요?

맞아요. 그렇게 3,4년이 지나고 직무도 같은 직무의 반복이다 보니 이제 매너리즘에 빠져서 재미도 없고 슬럼프에 빠질 무렵에 모시던 팀장님이 중국 현장에 소장으로 가면서 공무로 오라고 스카우트하셨어요. 같은 하이테크 현장이지만, 해외현장, 생에 처음 살아보는 해외생활, 그리고 궁금했던 공무 직무까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변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중국에서 3년 동안 공무로 일하면서 일적으로도 생활도 문화적으로도 만족스럽게 잘 지냈는데 또 한 3년 지나고 익숙해지니까 매너리즘이 또 찾아왔어요. 그러던 중 본사 신사업 추진실에서 기획분야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렇게 바로 지원을 했죠.


회사에서 부서를 옮기는 게 쉬운 편인가요?

일단 현장, 공사 ↔ 공무처럼 현장을 옮기거나 현장 내에서 직무를 바꾸는 건 쉬운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아예 현장 ↔ 본사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10년 정도 다니다 보면 절반 정도는 갖게 되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운 좋게도 저는 그 절반이었던 거죠.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신사업이라 특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 같아요. 매 순간 새로운 업무가 생기는데 전 그게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역동적이라서 재미있어요


[부록]

9년차 건설인이 보는 건설사의 세계

공사: 엔지니어로서  기본 소양인 건설지식, 디테일을 배울 수 있다. 정말 필수   기본소양, 잘할수록 오래 할수록 나름의 의미가 있는 / 그렇지만   겁나 심신이 힘듦

공무: 건설업이   커머 셜리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음, 대본사/대갑/대하도/대관 다양한 행정업무를 알 수 있음 / 그렇지만 무릎이 없어짐 항상 을임


국내: 아 국내 좋지~

해외: 회사의 시스템 내에서, 다 갖춰진 채로 해외에 살아볼 수 있는 건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 심지어 통역도 있음. 
         그리고 월급을 정말정말 많이 줌 / 그렇지만 솔직히 국내보다 훨씬 열악한 경우가 많고, 몹시 외로움

본사: 수주업무,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의 업무 등 큰 구찌의 일을 해볼 수 있는 건 또 대기업에 있을 때의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재밌는 점이 많음 / 그렇지만 항상 실적에 압박을 느끼고, 돈을 상대적으로 조금 줌.


그런데 재밌지만 결국 휴직을 결정하고 미국을 가는 거네요

맞아요. 솔직히 일 한창 재밌게 하고 있었고, 저도 회사도 서로 필요로 하고 잘하는 중이긴 했는데 인생엔 더 중요한 게 있고, 이때 이걸 미루면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되는 것,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가 자라는 시기에 현실적인 문제로 떨어져서 지내며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미국 생활은 만족스럽겠죠? 미국에 가서 제일 만족스러운 건 어떤 거예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만족스러워요.

아내와 최근 4년 이상을 떨어져 살았어요. 심지어 결혼하고 처음 같이 사는 신혼 생활이라 더 좋아요. 미국에 가면 친구도 없고 훨씬 지루할 생활일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 와중에 이것저것 유튜브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면서 아내와 알콩달콩 지내는 게 좋더라고요.

하루종일 쉬고 요리하는 삶


회사와 거리두기도 좋은 일이겠죠?

맞아요. 이것도 정말 커요. 9년째 다니던 회사, 아침 5~6시에 일어나서 밤까지 일하던 게 벌써 어언 10년이 되어가더라고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압박이 사라진 거죠.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거 만하고 있어요. 심지어 육아 휴직인 거라 다른 압박감도 없어요. 돌아갈 곳도 정해져 있으니까요. 

정말 하고 싶은 거만, 상상만 해왔던 큰 안식의 시간인 거예요. 물론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압박과는 거리가 먼 일이니까요. 


9년 가까운 직장생활 중에 첫 휴식의 시기인데, 사회초년생 때와 가장 많이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일적으로는, 사회초년생 때는 뭐든 열심히 잘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적으로는, 사회초년생 때는 가진 게 없어도 미래가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반면 이제는 제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건 어쩔 수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입니다. 미국에서 육아 외에 개인적인 계획도 있나요?

음 일단 제가 영어실력이 필요 이하로 부족한 편이에요. 늘 느끼던 건데, 현재 본사에서 영업/기획 일을 하다 보디 해외 파트너들과 일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육아가 좀 익숙해질 무렵부터 어학당을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제가 그림에 취미가 있는데, 제 그림을 판매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작가로서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어요. 휴직기간에 반드시 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자라는 걸 기록도 할 겸, 무언가 만들고 싶은 욕망도 해결할 겸, 브이로그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이제 막 개설해서 영상도 올렸어요!

그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여기


본인의 꿈같은 것도 있다면?

우스갯소리로 막연하게 제주도에서 작은 가게 같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항상 하곤 해요.

근데 사실 정말 하고 싶은 먼 미래의 꿈은 따로 없어요. 당장 내년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지금의 나도 생각지도 못한 미국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데 무슨 미래를 생각하겠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기분이 좋아졌구나’라는 확인과 착각에 힘을 많이 얻고 사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저로 인해 세상이 조금은 더 살만해지는 이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제가 전문성이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저만의 원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냥 겪어왔던 주변 환경들을 부드럽고 즐겁게 만들면서 살아가는데 집중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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