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도시와 상업공간 사이, 13 김지환

릴레이 인터뷰는 다양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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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의 제로투 댄스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하세요, 저는 13학번 건축학 전공 김지환입니다. 지금은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라는 부동산 회사에서 리테일 파트 임대자문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졸업 후 첫 직장인가?

아뇨. 졸업 후에는, 15명 규모의 도시설계, 도시재생 사무실에서 2년간 근무했어요. 한 3~4 개 정도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학생 시절 이야기부터 해보자. 건축과에 처음 오게 된 이유가 뭐였어?

사실 처음에는 이과에서 진학할 수 있는 과를 고르다가 건축과를 알게 됐어요. 때마침 우연히도 ebs 지식 e라는 다큐멘터리, 정기용 건축가님 편을 보기도 했고요. 그 다큐를 보고 건축이란 분야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알면 알수록 내가 좋아하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과 장소를 직접 디자인해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거 같더라고요.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건축과를 오고 싶었던 케이스구나. 막상 입학 후엔?

지금은 건축 디자인보다는 건축사업이라고 불리는 영역에 더 발을 담고 있는데, 학생 때는 잘 몰랐지만 나름대로 균형 있게 교육을 받은 것 같아요. 크게 보면 건물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배운 셈이죠.

물론 진로를 바꾸게 되어 아쉬울 때도 있어요. 설계 쪽으로는 제가 더 노력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고요.



아쉬움이 있다는 건 학교 다닐 때 설계에 진심이었던 거 아닌가

음. 솔직히 말하면 마감하기 급급해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전역 후에는 설계로 진로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매번 적당히 끝내려고 했던 거 같아요. 대지에 어떤 공간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것까지는 잘 진행했어요. 그런데 디자인을 시작하면 많이 헤맸던 거 같아요.

그래도 졸업 설계는 마지막 프로젝트다 생각하고 젤 재밌게 했던 거 같고요. 그런데 3, 4학년으로 넘어가며 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진로를 만든 것 같아요. 

그래도 건축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첫 진로는 설계사무소를 간 거네?

실제로 4학년 1학기 마치고 고민하다가 휴학하고 부동산 쪽 인턴을 해봤어요. 손동욱 교수님 연구실에서 학부 연구생도 3개월 정도 했고요. 그러면서 처음 관심 가진 건 도시계획 분야였어요. 지방도시 소멸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거든요.

공공사업 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 도시재생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도시설계 사무실 소장님을 알게 되어 조금씩 알바로 일을 도와드릴 수 있었고요. 결국 졸업 한 학기 앞두고 정식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된 거죠.

그래도 건축을 열심히 했다


그곳에서 2년간 어떤 프로젝트들을 했어?

2년 동안, 순서대로 말하면

1. 광양읍 도시재생 거점공간(한옥 재생공간) 운영계획 수립 및 시범운영

2. 통영 달아항 어촌 뉴딜 마스터플랜(메인 PM)

3. 공주시 가로개선사업

4. 남해 로컬푸드센터 기획 및 설계공모 작성

5. 남해군 재생공간(스페이스 미조) 운영(이건 상주 매니저로 갔었습니다)


쓰고 보니 거의 지방 프로젝트를 많이 했네요. 작은 회사였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도시재생 분야도 되게 평범하게 쉽게 가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 회사는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환경에 대해 공간적으로나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려고 해서 계속 일을 했던 거 같아요.

현장에서 직접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 유난히 애정이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오. 2번이랑 5번이 제일 애정이 있네요.

2번은 첫 PM이라 이장님과 엄청 싸워가며, 사실 거의 쓴소리 들어가며 일했어요. 전 용역사가 일을 못해서 쫓겨나면서 긴급 소방수처럼 저희 회사가 들어갔어요. 

100명이 사는 작은 어촌마을에 100억이 투입이 되는데, 이 돈을 주민들의 어업환경에 대한 요구 그리고 향후 마을의 미래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위해 적절하게 분배가 되어야 했어요. 


듣기만 해도 곤란하게 느껴지는데. 

맞아요. 그래도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지만 마지막에는 한 마음으로 계획이 잘 마무리가 되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스터플랜 안에 공공건축 공모가 들어가는데 총 공사비 27억? 설계비 1억 5천 정도를 설계 전공자로서 공간을 기획하고, 사업비에 맞춰서 용도와 면적을 짜고 건축 검토를 열심히 하고 공모지침서도 직접 써봤어요. 쓰고 보니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5번도 궁금하다

기획부터 설계, 리노베이션 시공이 끝난 상태인 재생 복합 문화공간을 3년간 운영하는 프로젝트에 입찰 선정된 프로젝트였어요. 시작부터 마지막 프로젝트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이전까지 계획 프로젝트에만 참여해서, 실제 운영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방이지만 초기 오픈 멤버로서 내려가서 운영을 했어요. 

재생공간으로서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프로그램 운영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전시, 공연 등의 일과 자체적인 건물 운영을 위한 수익활동(카페, 식당)을 함께 진행해봤던 기억이 있어요.

직접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하는 것


흔치 않은 기회였구나

맞아요. 흔하지 않은 기회였고 공간기획, 브랜딩, 운영계획, 예산계획, 마케팅 등등 모두 진행했어요. 한 사업의 초기 세팅을 함께 진행했고 3개월 정도 매니저로서 하나씩 매뉴얼을 잡아갔고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가니 완전 다른 영역에서 좋은 경험을 한 셈이죠.


그렇게 마지막 프로젝트를 하고 회사를 옮기게 된 이유가 있어?

제가 그곳에서 해온 프로젝트들은 성격은 좋지만 지방에서 진행된다는 한계가 느껴졌어요. 3년간 고생해서 얻는 성과와 다른 진로를 택했을 때의 미래를 계속 비교해 봤던 거죠. 어느 순간 제 커리어가 많이 정체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크게 들었어요.

꿈을 찾는 사람의 자태


그래도 해온 일들을 보니 어느 정도 맥락이 있는 선택이었던 거 같은데?

그렇죠. 그래도 공간이 계획되고 나서 실제로 어떻게 잘 활용될 것인가, 어떤 공간을 사람들이 좋아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은 계속 갖고 있다가 지금 있는 부동산 회사에서의 업무와 어느 정도 이어져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직까진 만족스럽겠지 당연히

당연하긴 한데 빈말이 아니라 아직 일은 배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하고요. 확실히. 외국계 회사의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일만 잘하면 생활은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워라밸이 상당히 좋고요.

만-족


일 해보면서 욕심나는 분야도 있어?

최종적으로는 부동산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설계하는 친구들과 함께 상업시설이나 상업+주거를 기획하고 지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건축과 출신들과 일하고 싶구나. 회사에는 건축과 출신이 많나?

저희 임대팀은 제가 유일한 건축과 출신이고요. 다른 부서에 부동산 상업시설 컨설팅이나 개발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부서가 있는데 그쪽은 건축 출신 분들이 꽤 있어요. 건너 듣기로는 설계사무소에서 오신 분들도 꽤 있다고 들었고요. 

리테일이 부동산에서 메인 분야는 아니지만 쿠시먼은 리테일 분야에 기획부터 설계, 관리까지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면서 리테일 파트를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게 있을까?

음 부동산 업계에 들어와서 최근에 상권조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부동산을 바라볼 때 개발논리에만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그래서 공간 자체의 매력과 상업용도가 같이 힘을 가지는 사례들과 트렌드들을 익히고 싶어요. 

지금 하는 분야가 어떻게 보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좋은 공간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의의가 있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공간 콘텐츠에 대해서 많이 배워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기회가 되면 보고 배운 것들을 글로 써보는 것 정도인 것 같네요.

열심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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